“내가 이 약을 먹으니 어지럽고 메스껍고 해서 좀 적게 먹으려고 쪼개서 사분의 삼만 먹거든”저니스타 서방정 4mg라는 약을 드시던 한 환자분이 한 말이었다. 복약지도를 하던 우리 약사들은 놀라서 그렇게 드시면 안 된다, 원하는 약효를 충분히 보기 어렵다고 설명해 드렸다. “이 약은 부수지 말고 드셔야 해요. 천천히 흡수돼서 24시간 동안 약효가 나게 만들어진 약이에요. 이 약을 부숴서 드시면 약효가 오래 안 가고 갑자기 많은 양이 흡수가 돼서 오히려 메스껍거나 졸리거나한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어요.” 환자에게 투약을 하면 진통제에 관한 질문을 곧잘 받는다. “꼭 먹어야 하나”, “아파서 못 견딜 정도에 먹으면 될까”, “이 약을 먹어도 아프면 한 번 더 먹어도 되나” 칠곡경북대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 중 다수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암으로 인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진통제를 처방받는 일이 많다.
암성 통증 암성 통증은 암환자가 겪는 통증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크게 장기 손상에 의해 생기는 침해수용성 통증,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 이상에 의해 생기는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통증의 지속 시간에 따라 지속성 통증과 돌발성 통증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통증에 따라 적절한 마약성 진통제, 비마약성 진통제, 보조 진통제들을 사용하게 되며 각 약제들은 성분이 같더라도 제형에 따라 지속성, 속효성이 나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약을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비마약성 진통제 비마약성 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ibuprofen, ketoprofen, naproxen 등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등을 포함하며 타이레놀, 부루펜처럼 우리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부터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까지 여러 성분의 다양한 약들이 있다.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진통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각각의 약들은 성분에 따라 최대 투여량이 있는데, 그보다 많은 양을 먹어도 진통 작용에는 차이가 없고 부작용이 증가하게 되므로 임의로 많은 양을 먹지 않아야 한다. 약이 잘 듣지 않는다며 처방받은 약 외의 다른 진통제를 먹어도 되는지 문의를 받는 일도 있다. 처방받은 약 외의 진통제를 복용하기 전에 함께 먹어도 되는 약인지 의사 또는 약사에게 확인하도록 한다.
마약성 진통제 암이 진행되면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흔히 처방받는다. 만성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서방형 진통제를, 돌발성 통증에 대비하기 위해 펜타닐 성분의 진통제를 사용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다른 마약성 진통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항우울제, 정신질환 치료제, 파킨슨 치료제 등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복용하고 있는 약제를 의사 또는 약사에게 알리도록 한다. 알코올을 복용하면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어 음주를 삼가야 한다.
서방형 진통제 저니스타 서방정, 타진 서방정, 뉴신타 서방정, 오코돈 서방정 등이 이에 속한다. 약의 이름이 서방정, ER(extended release), SR(sustained release) 등으로 끝나는 약은 약효가 오래 지속되도록 특수하게 만들어진 약으로 이런 약들은 부수거나 잘라서 먹으면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한 번에 많은 양의 약물이 흡수되어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므로 부수거나 자르거나 씹어서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저니스타 서방정은 24시간마다, 타진 서방정, 뉴신타 서방정, 오코돈 서방정은 12시간마다 복용한다. 붙이는 진통제로 듀로제식 디스트랜스 패취가 있다. 이 약은 72시간 동안 약효가 지속되며 패취를 가슴 상부나 팔의 편평한 부위에 이전에 사용했던 부위를 피하여 붙인다. 패취를 붙일 부위는 비누로 씻거나 로션을 바르거나 면도를 하는 경우 피부를 자극하거나 피부의 투과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 깨끗한 물로 씻어 완전히 건조시켜야 한다. 패취에 열이 가해지면 피부로 흡수되는 약의 양이 변하기 때문에 직사광선, 사우나, 열탕을 피해야 한다.
속방형 진통제 진통목적으로 저니스타 아이알, 아이알코돈, 타코펜 캡슐 등의 여러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코데인은 진통효과와 더불어 진해효과가 좋은 약이다. 약 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약을 복용 후 30분 정도 지나면 약효가 나타나며 다음 약을 먹을 때 까지 4~6시간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도록 하며 이 중 타코펜 캡슐은 코데인,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의 복합제로 환자가 임의로 타이레놀 등 다른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돌발성 통증에 사용하는 진통제 ‘돌발성 통증’이란 암성 기저 통증(만성 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중증도에서 중증의 통증이 짧은 시간 동안, 하루에 여러 차례 발생 할 수 있으며 펜타닐 성분의 약제로 조절 할 수 있다.
돌발성 통증에 사용하는 펜타닐 성분의 약제들은 최대한 빠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점막부위에 적용한다. 각각의 약에 대해 정확한 적용부위를 알고 복용하도록 한다. 다음번 통증이 나타나서 투여할 때까지 네 시간 이상 간격을 두도록 한다. 하루에 네 번 보다 자주 사용하거나 한 번 사용할 때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더 투여하는 일이 생기면 의사의 지시에 따른다.
액틱 구강정은 스틱 끝에 막대 사탕처럼 약이 붙어있다. 이 약은 아랫잇몸과 뺨 사이에 약을 놓고 약이 녹아 나오도록 먹는 약으로 깨물어 먹거나 혀 위에 두고 빨아먹으면 진통효과가 늦게, 더 약하게 나타나게 된다. 한 알을 먹는 데 약 15분이 걸리며 한 알을 다 먹고 15분을 더 기다렸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한 번 더 복용할 수 있다.
펜토라 박칼정은 뺨과 잇몸 사이에 약을 두고 분해될 때까지 기다린다. 녹을 때까지 15~25분이 걸리며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면 한 번 더 복용할 수 있다. 앱스트랄 설하정은 약을 혀 밑에 놓고 녹을 때까지 기다린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한 번 더 복용할 수 있다. 이 약 또한 씹거나 빨거나 삼키면 충분한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인스타닐 나잘 스프레이는 비강에 분무하는 약제로 앉거나 서서 사용해야 하며 매번 투여한 후에는 나잘 스프레이의 팁을 세척해야 한다. 처음 사용하기 전에는 약이 고르게 나오도록 공기 중으로 3~4회 분무한 다음 사용한다. 1주일 이상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공기 중으로 1회 분무한 후 사용한다. 한 번 사용 후 통증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 약을 사용하기 위해 몇 번 분무를 해야 하므로 18회 정도 분무할 수 있는 용량이 들어있지만 사용 방법에 따라 원래 용량인 10회를 다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환자들은 진통제를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을 것을 걱정해서 통증을 참고 약을 먹지 않기도 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거의 내성이나 중독이 생기지 않으며 마약성 진통제를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길 수도 있지만 통증이 있는 환자가 치료목적의 제한된 용량을 지키면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중독되는 일은 수십만 명당 한 명 정도로 드물다. 통증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우울감, 식욕 저하, 수면 부족, 면역력 저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므로 삶의 질을 유지하고 항암치료를 견디기 위해 적극적으로 통증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