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센터 우정민 교수] 암에 걸려도 저는 평온함을 느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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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려도 저는 평온함을 느낍니다 정신건강센터 우정민 교수
-정신건강센터 우정민 교수-
예전에는 암은 죽음을 뜻했습니다만, 의학 발전으로 인해 더는 암은 죽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생각하고 충격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치료하는 동안에는 통증이나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생활의 큰 변화로 인해 용기를 잃기도 합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재발과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조그마한 신체적 증상에도 전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경하든 심하든 많은 암환자들이 경험하는 것들입니다. 이로 인해서 생활은 무너져 버리기도 합니다. 위의 도전적인 제목처럼 암에 걸려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답은 ‘가능하다!’입니다. 암에 걸리면,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이 당연한가요? 암에 걸리면 화가 나고, 슬프고,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집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기 치료와 검사가 완료됨에 따라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암환자의 많은 수, 약 20-40% 정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문제는 암에 걸리면 심리적 고통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에 그냥 두거나 스스로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의료진들까지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암이라는 것은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으므로 고통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정신적 고통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벽한 오답’입니다. 말기암이나 전이성암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우울하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틀린’ 생각입니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도 마음을 잘 다스리면 정신적 평온함을 가지고, 심지어 역설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다 여명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더 이상 암을 고칠 수 없더라도 정신적 고통은 다스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이러한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의학계에서는 암과 관련된 고통, 스트레스 등을 ‘디스트레스’로 명명하고 모든 환자에서 혈압이나 체온을 재듯이 측정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디스트레스는 암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요? 우울/불안하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듯한 외로움을 경험하기도 하며, 암과 관련된 생각들이 하루 종일 지속되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만나기 싫고 운동도 하기 싫고 음식 관리도 하기 싫습니다. 이렇듯 디스트레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자들을 괴롭힙니다. 디스트레스는 이뿐만 아니라, 암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디스트레스를 가진 암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5배 더 많이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2배 더 응급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증거나 효과가 없는 대체의학에 더 기대게 되고, 심지어 항암치료 반응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또한 디스트레스는 통증을 증가시키고 면역체계를 교란시킵니다. 다행히, 디스트레스는 치료를 하면 좋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스트레스는 환자들이 경험할 필요가 없는 ‘불필요한 고통’일 뿐입니다. 디스트레스는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나요? 첫 번째, 디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80%는 해결되었다.’고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자기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면 이후의 치료나 관리할 수 있는 과정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디스트레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병원들은(대부분은 미국, 캐나다에 있는 병원들입니다)모든 암환자들에게 디스트레스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검사를 시행하고, 위험 신호들이 포착되면 환자와 치료진에게 자동으로 알려주고, 치료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아직 한국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습니다. 하지만, 디스트레스가 있다고 인지하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정교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자기의 증상들을 통해 알 수도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화를 쉽게 내는지, 이전과 다르게 우울해하고 모든 일들을 미루고 피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 스스로 체크를 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고 느낀다면 실질적으로 그것이 크고 작건 간에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많은 암환자들은 부정적 생각 혹은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혀 거의 하루 종일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생각의 되새김질 혹은 뇌의 되새김질(rumination)’에 빠져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 뇌의 원래의 기능이기도 하고, 빠져나오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사실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뇌의 되새김질’을 무한히 반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있어 불안은 필수적인 뇌의 기능이기 때문에 불안 자체를 없앨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하면 됩니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 등을 하는 것입니다.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상관없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어 보는 것을 어떨까요? 세 번째, 사랑하는 가족 및 친구들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암에 걸리면 고립감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합니다. 그 대상은 가족, 친구, 치료를 함께 했던 환우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가며 내 감정을 표현해보는 것이 바로 깊은 대화입니다. 여기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는데,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뇌의 기능을 온전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왼쪽 뇌는 주로 사실과 관련된 것을, 오른쪽 뇌는 감정과 관련된 것들을 처리합니다. 우리의 몸은 균형이 중요하듯이 골고루 모든 뇌를 다 쓰는 것이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왼쪽만 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왼쪽 뇌는 부분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왼쪽만 쓴다는 것은 ‘뇌의 되새김질’의 함정에 빠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뇌를 균형 있게 사용하면 감정이 고요해지고 깨끗해집니다. 실제 연습하고 느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네 번째, 의사를 괴롭혀주십시오.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뇌의 되새김질로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 정확하게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암을 다루는 의사들은 너무 바쁩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메모를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점: 물었던 것을 반복적으로 물어보시는 것은 ‘뇌의 되새김질’함정에 빠진 것일 수 있으니 스스로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섯 번째, 혼자서 위의 것들을 할 수 없다면, 주치의 선생님에게 부탁을 해서 저를 포함한 전문가를 만나러 오셔도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만난다는 것은 이상하고 특별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와 대화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것입니다. 실제 방문하셨던 대부분의 분들이 방문하기 전에 괜히 걱정했다고 하십니다. 정신종양학과를 소개 드립니다. 위와 같이 디스트레스는 여러 면에서 환자의 삶의 질이나 암치료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찾아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대형병원에서만 디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료를 담당하는 과를 정신종양학과(psycho-oncology, psychosocial oncology)라고 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30년 전부터 환자들의 디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서비스를 개발했고, 가까운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서야 정신종양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몇몇 병원에서만 불완전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불완전하고 인력이 부족해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향후에는 많은 분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환자-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신종양학과는 필요하지만, 아직은 암치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치료에 가려져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디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병원이나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주십시오. 그것이 디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여러분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들이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기부에 의해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데 환자와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치료진들이 내어놓은 아이디어보다 환자-보호자들이 내어놓는 아이디어가 훨씬 훌륭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맺음말 사실 의학을 정신과 신체로 분리해 놓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의학계는 뒤늦게라도 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암 환자분들은 암 그 자체가 아니라 병을 가진 사람입니다. 사람은 병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함께 다루지 않는 것은 불완전함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돌보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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