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하루 한 갑의 흡연을 해 온 40대 후반의 김모씨는 3개월 전부터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들어 늘어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쉰 목소리는 호전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후두암 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인근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후두암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김씨에게 담당의가 내린 진단은 라인케씨 부종(Reinke’s edema, 흡연성 성대부종), 담당의는 라인케씨 부종은 후두암과는 관련이 없고 금연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였고 그제서야 김씨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사람에게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필자는 다음 2가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첫째, 목소리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 따라서 목소리는 ‘나’ 자신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폐로부터 생성된 공기가 후두의 성대를 지나면서 음원이 되고 이어 목(인두)과 입(구강), 코(비강) 등을 지나면서 발생되는 공명 현상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사람마다 폐활량, 성대의 모양, 성대의 움직임, 목소리의 통로(인두, 구강, 비강)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도 각자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주로 말을 통한 언어를 사용한다. 말은 목소리가 생성되면 혀, 입술, 입천장(경구개), 연구개 등의 세밀한 움직임을 이용하여 발음을 하고 사회 구성원 간 약속된 형태인 언어라는 방식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목소리는 숨 쉬고 먹는 것처럼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목소리를 사용할 수 없거나 질환으로 인해 사용하기 힘들어 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장기간의 흡연 수 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쉰 목소리
후두암과 라인케씨 부종(흡연성 성대부종) 후두암은 발성을 담당하는 성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흡연과 음주가 주된 위험 요인이다. 종양이 성대 접촉과 진동을 방해하거나 성대 마비를 유발하는 경우 목소리 변화가 발생한다. 후두암은 초기 상태(1, 2기)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게 되면 80-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3기 이상 진행 후두암의 경우 완치 가능성이 현저히 저하되고 치료가 되더라도 음성 소실이나 삼킴 장애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흡연자가 수 주 이상 목소리 변화가 지속되고 호전이 없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후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라인케씨 부종은 일명 흡연성 성대부종이라고 하며 성대 점막이 물주머니 같이 부어오르는 현상으로 인해 목소리 변화가 발생한다. 흡연과음성남용이주된원인이다. 주로 40-50대 여성에서 호발하는데 남성 목소리 같은 저음으로 발성되는 특징이 있다. 치료는 금연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 양성자 펌프억제제 등의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후두미세수술 등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라인케씨 부종 자체는 암과 같은 악성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증상만으로는 후두암과 감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흡연자에서 목소리 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서 제시한 증례에서의 김모씨처럼 수 개월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에서 확인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라인케씨 부종(Reinke’s edema, 흡연성 성대부종) > < 정상 후두 >
노래 부르는 취미 큰 소리로 고함 지르기 만성적인 기침이나 잦은 목 가다듬기
성대 결절, 성대 용종 발생 위험성 증가 과도한 발성을 하는 경우 성대 점막에 강한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게 되며 이러한 자극이 지속되면 성대 점막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성대 진동을 방해하여 음성 변화를 야기한다. 성대 점막이 두꺼워지면서 마치 굳은 살처럼 변하는 경우를 성대 결절이라고 하며 주로 장시간 반복적인 발성을 많이 하는 교사, 가수, 상담원 등의 직업군에서 주로 발생한다. 성대 결절이 생겼을 때에는 발성을 자제하는 음성 휴식이 가장 좋은 대처법이다. 발성 시에는 고음 발성을 피하고 목의 긴장도를 낮추면서 저음 위주의 발성을 하며, 동시에 충분한 수분섭취를 해주면 음성 개선의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성대 결절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음성 치료, 스테로이드 주사나 후두미세수술 등의 처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 성대 결절 >
성대 용종은 순간적으로 강한 물리적 자극이 성대가 가해지는 경우 점막 내부의 모세혈관이 파열되면서 혈액 등 액체 성분의 저류로 인해 발생한다. 성대 용종은 음성 휴식이나 음성 치료, 인후두 역류질환의 치료제로 쓰이는 양성자 펌프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30% 정도에서 용종의 크기 감소와 음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나 대증요법으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후두미세수술을 통한 제거가 필요하다.
쥐어 짜는듯한 목소리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떨리는 목소리 툭툭 끊어지는 목소리
근긴장성 발성장애, 연축성 발성장애
근긴장성 발성장애는 후두 내, 외근, 후두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에 의해 발생하며 과도하게 힘을 주어 발음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특징이다. 주로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잘못된 발성법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진단은 병력 청취, 후두내시경, 음성검사 등 다양하게 시행하나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목의 갑상연골을 손으로 잡고 아래로 당기면서 발성을 할 때 목소리가 호전되면 근긴장성 발성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치료는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후두 마사지와 같이 근육 긴장을 완화하며 음성치료, 심리 상담 등을 병행하며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떨리는 목소리와 말하는 도중 끊어지는 듯한 단절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원인은 중추신경계의 후두 운동 조절 문제로 인한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진단은 병력 청취, 후두내시경, 음성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근긴장성 발성장애와 달리 대화 상황이 아닌 노래, 울음, 웃음과 같은 비언어적 발성에서 정상인 경우가 많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ㅂ, ㄷ, ㅈ’ 등의 유성자음 발성은 어려워하고 ‘ ㅍ, ㅌ, ㅋ’ 와 같은 무성자음 발성은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음성치료, 심리 상담 등을 병행하며 경우에 따라 보툴리눔 독소(보톡스) 주입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목소리를 아끼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며 긴장 완화를 위한 목 근육 스트레칭 등은 음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또한 후두 점막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 음주를 피하는 것도 목소리를 보호하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목소리 변화가 생기고 수 주 이상 지속된다면 음성 질환을 의심하고 지체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