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센터 김병수 교수] 선생님, 저 혹시 조울증인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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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요즘에 아침에는 기분이 좋다가도 오후에는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 지곤 해요. 또 그러다가 친한 친구 만나면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어요. 저 혹시 조울증 아닐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유명 연예인들이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종종 있어서인지 본인이 조울증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조울증은 기분이 매우 들뜬 조증과 기분이 심하게 쳐지는 우울증의 양 극단을 오간다고 해서 양극성장애라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중에 기분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조울증의 주된 증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의 변덕이 심한 것과는 다르다. 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다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 1. K씨는 관공서에 근무하는 44세 남성이다. 원래 말이 적고 내성적이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었다. 20대 후반에 우울증이 있었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하여 호전된 후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지내왔다. 그런데 약 2주 전부터 갑자기 말수가 많아져서 하루종일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하였으며, 낯선 사람들의 대화에 불쑥불쑥 끼어들기도 하였다. 창업 아이템이 떠올랐다며 밤새도록 부산하게 자료를 정리하느라 거의 매일 2, 3시간 정도만 수면을 취하였다. 그런데도 낮에 별로 피로해 하지 않았고, 본인 말로는 에너지가 넘친다고 하였다. 아이디어만 떠올랐을뿐 아직 회사를 창업한 것도 아닌데 CEO라는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인쇄하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전 세계적인 부자들이 앞다투어 투자하려 한다는 망상을 사실처럼 얘기하였다. 자신이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청와대에서도 알고 있다고 하였으며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라고도 얘기하였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깜짝 놀란 부인이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하였다. 사례 2. S양은 25세 대졸 여성이다. 지난 몇 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였으나 매번 실패한 후로 3개월 전부터 전부터는 공부를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인관계 없이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게 지내왔다. 그러던 중 1달 전, 갑자기 기분의 변화가 생겨 세상이 매우 희망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으며, 자신감이 넘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전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분홍색으로 염색하고, 네일숍에서 손톱마다 화려하게 매니큐어를 칠했다. 월수입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신용카드로 수 백 만 원짜리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 값비싼 원피스 등을 구입하였다. 이전에는 수줍음이 많아 미팅조차 해본 적이 없었지만, 2주 전부터는 진하게 화장을 하고 혼자 클럽에 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놀다가 처음 보는 남성과 하룻밤 잠자리를 하고 헤어지는 일도 빈번해졌다. 너무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에 친구들이 놀라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횡설수설 너무 산만한데다가, 마치 속사포로 쏘아대듯 자기 할 말만 하여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신용카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다시 우울증상이 심해졌고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며 체중이 20kg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여러 알의 수면제를 한꺼번에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여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울증은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매우 들뜨는 조증 삽화(에피소드)가 가장 특징적이다. 조증 삽화는 비정상적으로 들뜨거나, 의기양양하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가 일주일 이상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될 때를 말한다. 그 밖에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말을 끊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 말을 함, 머릿속의 생각이 질주하듯 빠르게 꼬리를 물고 떠오름, 주의산만함,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적 활동의 증가 또는 정신운동 초조(목적이나 목표 없이 부산하게 움직임),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과소비,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투자)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조증삽화가 한 차례 이상 존재하는 경우 양극성장애(조울증)로 진단내릴 수 있으며 조증삽화를 경험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평생 여러 차례의 주요우울 삽화(심한 우울증 삽화)를 경험하게 된다. 조울증(양극성장애)은 한 개인의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조울증의 평생유병률은 약 1%로 100명 중 1명 정도가 살아가면서 이 병을 경험하게 된다. 병이 시작되는 연령, 즉 조증 혹은 우울증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는 평균 18세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어떤 연령에서든 발병 가능하며 60~70대에 처음 시작되기도 한다. 발생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가족 중에 이 병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평균 10배 정도 높아진다. 조울증의 우울증 시기에는 자살위험이 매우 높아서 일반 인구의 15배에 이른다. 조증삽화는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빠르게 발생하는데, 보통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한 번 조증 삽화를 경험한 사람의 90% 이상은 반복적으로 기분 삽화가 재발한다. 삽화 사이의 간격은 평균 6~9개월이나 병이 진행될수록 짧아진다. 급성으로 증상이 심하여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을 때, 판단력의 심한 저하로 개인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있을 때, 원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할 때는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치료는 지지적인 정신치료와 더불어 증상의 빠른 안정을 위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기분안정제(리튬이나 항경련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올란자핀, 쿠에티아핀, 아리피프라졸 등)을 사용한다. 약물치료에도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심한 조증으로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크면 전기경련요법이 필요하다. 조울증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증의 시기에 항우울제만 단독으로 투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울증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투여하면 우울증이 조증으로 변환되면서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조울증의 가능성이 의심되면, 항우울제를 투여하기 전에 기분안정제 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우선적으로 투여하여 조증으로의 전환을 예방해야 한다. 단순 우울증인지, 조울증에서의 우울증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이 필수적이며, 특히 젊은 나이에 시작된 우울증 환자의 경우 조울증 전환 및 자살시도의 위험이 더욱 높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없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전에 비해 조울증이란 병의 명칭 자체는 사람들에게 많이 친숙해졌으나, 병의 증상과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조울증의 조증삽화는 마치 화재와도 같아서 순식간에 훨훨 타오른다. 일찍 발견하면 물 한 바가지로 끌 수 있지만, 뒤늦게 발견하면 소방차가 여러 대 와도 진압이 어렵다. 사람들이 조증의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최대한 일찍 발견하여,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망설이지 말고 빨리 두드리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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